365일. 8천7백60시간을 천막에서 농성 했다. 계룡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용접해 직접 만든 피켓 대를 들고 어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하는 자동차 행렬 길가에서 25일 저녁 선전전을 했다. 농성 1년을 기억하는 대전 지역 노동자들도 연대해 계룡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얼굴에 노란 개나리와 같은 웃음꽃이 피었다.
그 웃음 사이로, 노동자들은 선전전 뒤 소감을 전하고, 노래도 한 곡 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계룡대 해고자들의 투쟁의 치열함과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이 묻어나는 계룡대 앞 천막 농성장에서 양손을 잡았다.
건전진 랜턴으로 버티는 농성장
“해고, 노조 탄압, 임금체불 반복하는 군인공제회”육해공 3군의 통합본부가 있는 계룡대(충남 계룡시)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군인공제회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천막농성이야 1년이지만 2009년 7월 노조를 만들면서 싸우기 시작했으니 벌써 22개월째 투쟁중이다.
“군인공제회는 노조 결성과 동시에 14명을 해고 했고, 현재 6명이 복직되지 않고 있어요. 해고자 복직, 단체교섭을 체결하고 노조를 인정하라며 싸우고 있죠”
전기 사용조차 회사측이 막아 건전지를 넣은 랜턴으로 불을 밝힌 어두컴컴한 천막 농성장에서의 만남이었지만 김호경 지회장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김 지회장은 사실 두 번 해고 된 거나 다름없었다.
“14년 근무해도 임금이 1백2십4만이예요. 이 안에는 건설, 전기, 용접 등 수 많은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있죠. 90년대 초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외주화 하면서 비정규직이 됐어요. 주간근무, 3교대 근무 등 근무 조건도 다양하고, 시설이 노후화 되면서 업무량도 많죠. 열악한 근무 조건, 임금 체불을 제기하며 노조를 만들자마자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했고, 회사는 선전전에 나오는 사람들 족족 해고를 시키더군요. 명예훼손이라는 거예요. 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아 11월에 전원 복직됐지만, 회사가 12월에 바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또 명예훼손 등으로 6명을 해고 했어요. 계속 행정 소송 중이죠”
회사측이 교섭 해태, 부당 지배․개입 등 충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섭에 진척이 없다. 교섭에 나오지 않았던 회사측이 간간히 교섭에 나오지만 법적 판결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만 들어 교섭 모양새만 갖춘 꼴이 되었다. 행정 소송중인 부당해고, 부당징계건 등 언제 끝날지 모르는 법적 공방만 지루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공공노조 계룡대지회는 ‘감시․단속 근로자’라는 생소한 이름이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룡대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같은 감시․단속 근로자 말 그대로 감시나 단속을 주업무로 하는 아파트 경비, 청원경찰, 주차관리원, 건물의 냉난방 관리원 등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가 규정하는 감시․단속 근로자는 노동부 통계만 봐도 최소 33만명으로 추정되면,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안한 고용 문제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군으로부터 시설관리 용역업체로 선정된 군인공제회는 십수년간 계룡대 시설관리인 182명의(전체 노동자 1천500여명) 노동자의 목을 틀어쥔 체 최소한의 인권조차 무시하고 있어요. 노동자의 임금을 감시․단속 근로라라는 이름으로 묶어놓고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체불하고 있지요. 회사가 1년 전에 감시 단속 근로자라는 것을 밝혀 달라는 내용으로 고용노동부 서울 강남지청에 냈고, 노동부는 서류만 보고 우리를 감시 단속 근로자로 규정했죠. 이 문제도 민사 소송 중이예요”
이처럼 노사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서 해고자들은 지독한 생계 압박을 받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가정불화가 심해진 동료들도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여름에 벌레 물리고, 겨울엔 살 떨리게 추운 농성장 생활은 생계 문제에 비하면 오히려 별 것 아니었다.
“부모임을 모시고 사는데, 복직 투쟁 하면서 아버님도 소일거리를 시작했어요. 안 그래도 월세 살았는데, 더 안 좋은 월세로 옮겼죠(웃음). 아이들이 매일 아빠가 노조 잠바만 입고 다닌다고 해서 많은 얘기를 해 줘요. 해고자 모두 가족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는 가장이죠”
때문에 대전 지역 노동계는 군인공제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 해결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을까. 엄연섭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말한다.
“군인공제회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계룡대지회 사태가 장기화 되는 거예요. 사실 군인공제회의 원청은 국방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국가기관 조차 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외면하고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