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동지들이 온몸을 내던지며 써온 투쟁의 역사 앞에
서, 기껏 1인 시위 참가한 소감이나 올리는 것은 참 부끄런
일이다.
1인 시위라지만, 선전물로 앞뒤를 치장한 채로 시위를 하는
한 사람 말고도 몇몇 동지들이 모여서 선전물도 뿌리고 서명
이라도 받는 줄로 여겼다. 그런데, 지역본부의 이현일동지와
11시 40분쯤 대전역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달랑 우리 둘
만 있을 뿐이었다. 이동지가 열심히 선전물을 배포하고, 나
는 '비정규직에게는 근로기준법 NO, 사회보험 NO'와 같은 구
호가 쓰여진 선전판을 앞뒤로 메고, 대전역사 입구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그 광장 위에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구호 아
닌 눈빛으로라도 내 가슴과 등판을 주시하고 이 동지가 뿌리
는 선전물을 자세히 읽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이 땅에
서 이미 노동법은 안락사당하고 있고 12%의 조직된 노동자는
그 자체로서 기득권층이 되어 버렸다고, 지난 주말 어떤 교
육에서 일갈하던 한 강사의 목소리가 대전역 광장에 서있는
내 고막을 때리며 왕왕거린다. 할말없다. 무어라 할 말이
없다. 비정규직 노동, 불안정 노동의 이름 앞에서, 나는 할
말이 없다. 이 땅의 정의도 원칙도 올바름도 비분강개도 진
보도 변혁도 부질없다. 오가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이들은
나지막하게 '수고하세요' 하면서 간다. 그 사람들은 선전물
을 잡아드는 자세부터가 조심스럽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
은 저만치 오면서부터 시선을 애써 딴 곳으로 보낸다. 선전
물, 당연히 받지 않는다. 그 양극단의 사이에 무수한 자리
들이 있고, 우리가 설 곳은 그 자리들 위에서 저마다 흩어져
놓이는 것이 아니라 한점에 집중하여 뭉치는 것이려니, 이런
생각에 빠져 40여분이 지났을까, 늘노학의 성세경, 정호선동
지가 왔다. 왜 플랭카드 하나 없느냐고 했더니, 금새 철도
노조에 가서 [1인시위]가 크게 새겨진 노란 플랭카드를 찾아
와서 택시정류장 시계탑과 나무 사이에 묶어준다. 장소를
그 곳으로 옮기니 모양새는 괜찮아진 것 같은데, 지나는 사
람들의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내일 이후는 장소 선정에
좀 더 신경을 써 줄 것을, 다음 시위자에게 부탁한다.
- 공공연맹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이 성 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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