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 취재원들의 못다한 이야기(1) 1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
<사건의내막>은 511호와 529호에서 이명박 정부 정책 진단과 평가, 진보진영의 과제란 주제로 두 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세계를 무대 삼아 독설가로 때론 반항아로 정열적인 삶을 살고 있는 박노자 교수. 그는 이명박과 한국사회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과 쓴 소리를 쏟아냈다. 박 교수에게 2008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촛불집회’를 꼽았다. 또한‘민주노동당의 분당사태’를 들어‘한국진보의 역사상 획기적 사건’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한국의 경제상황과 관련해 “세계 경제 위기가 특히 수출 의존적, 그리고 외국자본의 이입에 좌우되는 한국의 준주변부적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을 수 없다”며 “내년에도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부동산 가격들이 어차피 급락하게 돼 있는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대응은 실패와 민생의 파탄만 낳을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이러한 민생파탄과 정권의 일련의 실책들이 결국에는 촛불집회 이상의 커다란 저항을 불러일으키리라고 의심하지 않는다”며 “2009년은 아주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광장’을 중심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촛불들이 내년에는 더욱 활발히 일어날 것임을 강조하며 재점화 가능성을 피력했다.
박 교수는“우리는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이를 교훈 삼아 더는 그러한 유의실수를 하지 말자”며 “내년에는 제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간사냥, 즉 소위 ‘단속’이라고 멈춰줬으면 한다. 외국인 노동자란 인간 이하의 열악한 조건 하에서 한국 중소기업 경제를 뒷받침해주는 이 나라 살림살이의 일등공신이다. 이들을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토끼몰이’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야만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임민희 기자/bravo159@naver.com>
2 박응용 한국타이어유기용제의문사대책위원장 “노동자들의 아픔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상담소 만들 것”
| ▲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중독 피해자대책위원회 박응용 위원장 ©정연우 기자 | |
<사건의내막>은 타 언론보다 한발 빠르고 심층적으로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갑작스런 죽음과 관련해 3회에 걸쳐 집중보도한바 있다.
<사건의내막>과의 인터뷰를 가졌던 박응용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대책위원장은 2008년 1월30일부터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1년 동안 한국타이어 집단사망사건과 관련 “유기용제와 유기화합물에 의한 93명의 사망자를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타이어 집단사망이 원점에서 다시 규명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노동계에서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년 사이에 심장질환 7명, 폐암 2명, 뇌수막종양 1명, 간세포함 1명,
1명, 자살 1명 등 1년 사이에 총 13명이 사망했던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당시 역학조사는 3개월간의 짧은 시간동안 위험성이 있는 물질들에 대해 분석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역학조사 결과는 직무와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만이 발표됐을 뿐 유기용제와 관련된 역학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응용 위원장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3월19일 대검찰청에서 효성재벌과 한국타이어 경영진과 전직노동부장관 및 집단사망사건과 관련자 전원을 살인죄로 고소한 것을 꼽았다. 이어 18대 국회 법사위원회에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대책위 동지가 증인으로 참석해서 증언한 것이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고소한 이후 11월 하순경 내가 충주지검 출두를 했을 때 한국타이어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집단사망사건을 수습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95년도 노동자투쟁에서 해고된 한국타이어 해고자들에 달렸다”며 “왜 그런가하면 노동자들은 한국타이어에서 어떤 안전조치를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서 투쟁하다 쫓겨난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신뢰할 것이다. 집단사망사건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해고자들을 복직시켜서 노동조합활동을 정상화하는 것. 그래야지만 자율적인 산업안전보건활동이 개시될 수 있다. 그래서 사측이 큰 부담을 안지 않고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한국타이어 노동자인 조모씨 사망사건을 꼽았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근무하던 조모(33)씨는 11월 8일 오후 10시경 방사선 휴우증 치료를 받던 중 병원에서 사망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들이 조씨를 살릴 수 있었다. 한국타이어 사측이 노동자들을 자기 사업의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 병에 걸렸더라도 미국, 영국에 가서도 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긴급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그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도리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런데 노동부에 미리 진정을 하고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서 조모씨에 대한 안전을 요구했는데 묵살을 했다”며 “조씨는 33살의 꽃다운 나이였고 5녀 1남의 외동아들이었다. 이 집안의 대가 끊긴 것이다. 그래서
이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건강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났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조씨는 노말헥산에 의한 용기용제 중독에 의한 사망이라고 아닌가 생각한다. 아산병원에 갔을 때 오른팔을 쓰지 못해 물어보니 동맥이 파열됐다고 하더라. 이것을 방사선 후유증으로 얘기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2009년도 한해 계획에 대해 상담소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역에 있는 목회자들이 대책위를 상담소를 건립해준다고 약속했다. 오늘 오후 5시에 확정회의가 있다. 그 상담소를 통해 실제로 아픈 환자들을 긴급 구제하는 사업들을 내년도에는 힘 있게 벌여나갈 계획”이라며 “상담소는 기독교대책위원회가 주관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는 의사, 변호사, 전문적인 상담원들이 조직돼 이분들의 아픔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이 안좋은데 좀 더 건강해졌으면 한다”며 밝게 웃었다.
<정연우 기자/119@break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