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탄압 배경과 투쟁 방침
김대중 정권의 민주노총 죽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 탄압의 정도가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세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탄압의 강도가 세냐 약하냐보다 그 탄압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가이다. 아래에서는 민주노총 탄압 배경과 그에 대한 민주노총 반격투쟁 기본방침을 해설한다.
1. 정부, 사용자, 외국자본 동향
1) 정부 동향
이미 정부는 여러 차례, 여러 수준에서 민주노총 연대파업을 불법으로 호도한 바 있다. 실제 이번 연대파업은 내용상 임단투 시기집중 투쟁이기 때문에 불법성 시비를 걸기 힘든 특성이 있고 굳이 불법을 얘기한다면 대한항공운항승무원노조가 행정지도를 어겼다는 점 정도인데 이는 이미 법원에서는 정당성이 확인된 사례가 다수 있다. 그리고 보건의료노조에 대한 직권중재 역시 위헌 시비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도적으로 합법적인 파업을 불법으로 호도했고 그 강도가 점점 높아졌다. 특히 6월 12일 국무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노조의 합법적 활동은 감수해야 하지만,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는 안 된다. 정부는 부당하고 물리적인 힘에 물러서서는 안 된다. 노동문제는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확고한 소신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강경기조 발언을 한 이후 정부 분위기는 더 경색되고 있다. 정부는 단병호 위원장과 이홍우 사무총장 수배, 조직실장·대협국장 구속, 대협실장 수배, 교선실장·사무차장·조직국장 소환장 발부 등으로 민주노총 중앙에 대해 전면공격을 가하고 있다. 또한 공공연맹 위원장 수배 등 연맹에 대한 공격과 함께 단위노조에 대한 공격도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이번 공격이 단순히 6월 투쟁에 대한 단발성 공격이 아니라 민주노총 총노선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며 민주노총 죽이기 수준의 투쟁임을 알 수 있다.
2) 사용자단체
사용자단체는 언론(재벌언론, 언론재벌)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민주노총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 가뭄에 파업", "항공대란, 의료대란", "80년대식 투쟁 노선 일변도", "민주노총 간부가 경찰간부 폭행" 등 선동적인 문구를 동원하여 민주노총과 여타 계급, 계층간 분리를 꾀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단체는 "경제회복시기에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린다, 외국인 투자자가 발을 돌린다, 구조조정 중단은 불가피하고 노조가 이를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사용자단체는 경제5단체장회의, 전경련 회장단회의 등을 통해 정부에 대해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고 정부 역시 이에 즉각 응답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은 일단 파업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른바 "노사문화진단" 등 연재물을 동원해 민주노총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언론이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고 재벌언론 또는 언론재벌로서 자기 이익지키기에 나선 것은 오랜 일인데 이번에도 역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한국언론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언론으로 바라볼 수 없고 재벌언론 또는 언론재벌로 보아야 한다.
3) 외국자본
김대중대통령이 우리 연대파업에 대해 강경방침을 밝히는 이유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역시 외국자본 유치문제이다. 실제로 김대중대통령이 "정부가 부당한 힘에 밀리면 외국인 투자에 큰 영향을 준다"고 발언하고 있는 것이나 언론 또는 정부 당국자가 같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외국자본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한·일고위경제협의회에서 일본 정부 대표단이 한국 노동시장환경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견해 표명과 함께 한일투자협정 조기체결문제와 관련하여 일본기업의 한국진출에 앞서 한국정부가 노동문제에 대해 법적 조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계속해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사관계 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외국자본의 견해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한 예에 불과하다.
2. 이번 민주노총 공격의 특징
정부와 사용자, 언론의 민주노총 죽이기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꼭 이번이 가장 공격이 심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의 공격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단순히 자본과 정권의 공격 강도가 세냐 약하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그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3자 합동 공격임
자본과 정권, 외국자본의 3자 합동 공격이란 점에서 이번 공격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물론 외국자본은 정권과 언론을 배후에서 조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노골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것도 꺼리지 않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착을 위해 정부와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이 힘을 모아 마지막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 죽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목표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착임
노동자가 투쟁에 나설 때마다 자본과 정권은 노동조합 억압을 위해 다양한 공격을 가하지만 특히 이번에는 원론적인 의미에서 노동조합 억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경제 정착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자본과 정권이 그 완성을 위해 민주노총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폭넓은 의미의 구조조정 완성 정책이다. 따라서 이번 자본과 정권의 공격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과 보수반동세력의 정면승부의 성격을 띠고 있다.
3) 보수 선회 과정의 한 부분임
이번 민주노총 탄압과정에서 정부, 언론, 사용자단체의 발언에서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언론에서는 파업,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을 하다가 끝부분에서는 "정부는 무엇하고 있나?"는 말로 끝내고 있다. 이는 사용자단체 역시 마찬가지이다. 언론과 사용자단체는 김대중정권에 대해 더욱 강경한 보수반동으로 돌아설 것을 강요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이용하여 민주노총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 특히 여당으로서는 내년도 선거를 의식한 보수세력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서 민주노총 죽이기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차피 민주노총은 선거에서 여당을 지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계산했을 것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반동언론과 사용자단체와 정부는 서로 속셈은 다르지만 적어도 민주노총 죽이기에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전술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4) 민주노총 투쟁노선 예봉꺾기임
정부와 언론, 사용자단체는 이번 공격을 통해 민주노총 투쟁노선을 꺾으려는 의도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80년대식 투쟁노선을 버려야 한다"는 말로써 민주노총에게 투쟁노선을 버릴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투쟁 지도부를 사실상 와해시켜서 투쟁노선을 꺾으려는 것이다.
5) 노동법 투쟁의 전초전임
정부와 자본은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법제정 또는 법 조문 개정 하나하나가 우연적이고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란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정부의 노동법 개악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임금유연화, 고용유연화, 노조무력화를 위한 치밀한 그물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은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 완성으로 나아가는 종합 전략의 한 부분이다. 이번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조조정 완성을 위한 민주노총 공격이며 또한 좀 더 작게는 구조조정 완성을 위한 노동법 개악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민주노총 예봉을 꺾으려는 것이다.
※ 총괄
따라서 이번 투쟁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공격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완성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를 정착시키려는 국내자본, 정권, 외국자본과 이를 저지하고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려는 민주노총의 정면대결의 양상을 띠고 있다. 또한 이런 공격이 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연맹, 단위노조에 걸친 전면전인 이상 총연맹으로서도 민주노조 운동의 명운을 걸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3. 대응 방안
1) 단기대응
- 비상중집위 결정 : 총연맹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6월 13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6월 총력투쟁에 대한 정권과 자본의 전면적인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지침을 결정했다.
1. 6월 14일부터 총연맹, 연맹, 지역본부는 철야농성투쟁에 돌입한다. 단위노조는 비상대기한다
2. 6월 15일 각 지역별로 단위노조대표자 비상결의대회를 개최한다.
3. 총연맹과 주요 투쟁조직의 지도부에 대한 침탈 등 전면적 탄압을 자행할 경우 모든 조직은 전면적 파업에 돌입한다.
4. 파업투쟁 돌입시 각 지역별로 매일 '노동운동탄압 규탄 및 김대중정권퇴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위력적인 가두행진을 전개한다.
5. 각계각층이 함께 하는 전민중의 투쟁으로 확대한다.
여기에서 결정한 이 지침은 세부 일정을 제외하고는 기본내용은 지금도 당연히 유효하다.
- 임원·산별연맹대표자회의 결정 : 위 비상중앙집행위원회 결정을 구체화하기 위해 6월 15일에는 임원·산별연맹대표자회의를 열어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1. 각 지역별 단위노조대표자 비상결의대회를 개최한다.
2. 6월 16일 전국동시다발 민중대회에 조합원들을 최대한 조직하여 대정부 항의투쟁을 적극 전개한다.
3. 6월 20일(수) 전국 동시다발 집회투쟁을 전개한다.
4. 단위노조(지부) 6월 18-23일 실천사항 : 6월 19-21일 간부 철야농성, 플래카드 부착 또는 리본달기, 중식시간 또는 출퇴근시간에 규탄집회 개최.
5. 다음과 같은 조직과정을 거쳐 6.13 비상중집의 핵심 결정사항인 "전면적 탄압시 전면적 파업돌입"을 최대한 성사시켜 낸다.
1) 비상 중앙위원회 소집(6월 22일 14시, 한양대 동창회관)
2) 6월말경 "전사업장 파업투쟁" 돌입
3)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 6.12 연대파업 이후 발생하는 탄압분쇄투쟁 등을 결집한 집중투쟁을 선배치하여 투쟁의 구심을 형성한다.
4) 대사업장노조 대표자 회의 소집 검토
6. 대국민 홍보 및 언론대책
1) 6. 18부터 공공연맹을 시작으로 연맹별 릴레이 일간지 하단 통광고 게재
2) 언론의 허위·왜곡보도 대책
7. 광범위한 제 세력과의 연대 강화
8. 하반기 투쟁으로의 연결
2) 중장기 대응
- 비상중앙위원회 회의 : 6월 22일 14시 비상중앙위원회를 개최한다. 이 비상중앙위원회에서는 파업 조직화 방안을 비롯한 김대중정권의 전면적 탄압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 세부사항은 비상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하겠지만 지금 국면이 정부, 국내외자본, 언론이 합작한 민주노총 죽이기라는 비상국면이라는 것, 이런 비상국면에서는 총연맹도 비상한 투쟁을 통해 전면 반격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기본인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번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이 단순히 6월 투쟁에 따른 공격이 아니라 민주노총 총노선에 대한 전면공격이며, 하반기투쟁 예봉을 꺾으려는 공격이며 신자유주의 완성을 위한 공격이다. 따라서 이번 투쟁은 민주노총을 사수하는 투쟁이자 동시에 여태까지 진행해온 신자유주의 분쇄투쟁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우리 민주노총은 이런 탄압이 있기 전인 연초부터 이미 김대중정권과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지고 투쟁 사안이 더 명확해졌을 뿐이다.
- 총연맹은 6월 22일 비상중앙위원회에서 세부 계획을 설정하겠지만 7월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이후 총투쟁 노선을 설정할 예정이다.
- 이후 투쟁계획은 6월 22일 비상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대로 다시 설명 자료를 작성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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