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식지 1호 내용
상암점 점거투쟁 5일째
29일 점거에 들어간 후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여 비정규직법 시행일 7월 1일. 그 날을 조합원들은 찬 바닥에서 맞이했고 노동부장관은 우리은행에서 케이크를 자르며 맞이했다. 그 자리에 비정규직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만 봐도 이 법의 시행이 그들만의 잔치였음은 분명했다. 모든 부당해고 재판은 승소한 상황이었으나 사측은 복직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29일 점거 당시, 용역들은 소화기 등을 동원하여 충돌을 해왔으나 12시 경을 넘어서 뚫린 매장은 완전 점령 상태에 들어갔다. 2층 패션몰과 일부 시설만을 남겨둔 채 홈에버 상암점 계산대를 완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것을 조합원들은 그 날 저녁 결의했다. 이전 상암점 점거 때 매장을 폐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30분 만에 문을 다시 열었던 사측에 대한 응분의 조치였다.
지지와 연대의 5일
그 5일 동안 각종 언론과 보도는 우리의 상황을 연일 취재했다. 이미 공중파 3사가 처음에 보였던 태도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BS에서는 9시 뉴스의 헤드라인으로 처리할 만큼 여론을 몰아주기 시작했으며 MBC도 심층취재로 들어간 상태다. 상암동 주변 시민들까지도 우리의 투쟁에 대해 승리하라는 말씀과 함께 각종 기부를 제공해주셨다. 거기에 각 시민단체들과 다른 노동조합들의 연대와 지지가 잇따랐다. 현재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코스콤노조의 연대는 그 중에서도 백미였다.
박성수는 아직도 깨닫지 못한다
이렇듯 수많은 여론들이 조성되고 우리의 정당성이 힘을 얻고 있음에도 이랜드 측은 자신들에게 위법사실은 없노라며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지분의 과반수를 가지고 있는 박성수 회장이 그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매장에서는 연수를 가장한 퇴사와 점간이동의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용역전환이 이루어진 뉴코아의 매장에서는 부당해고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이들은 해고자의 사번을 용역인력들이 POS에서 사용하게 하는 명의도용 위법까지 서슴지 않으면서도 용역인력을 철수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조합원들의 항의를 들어주었다가는 박성수에게 무슨 벌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최후통첩
현재 7월 8일에 뉴코아와 홈에버, 2001아울렛을 비롯한 모든 이랜드 계열의 유통업체에서 점거 및 불매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민주노총의 연대결의까지 발의된 상태여서 파장은 더 크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상암점은 100억대의 매출 타격을 입은 상태이다. 모든 것을 대화로 풀 수 있는 기회가 수없이 많았음에도 정규직마저 비정규직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모든 직원을 기계부품으로 취급하려는 속내를 버리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박성수는 조속히 각성하고 성실한 대화의 수행을 위해 협상현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소식지 2호 내용
용납불가능한 태도들
사측의 협상움직임에 많은 조합원들이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오늘 그들이 내놓은 보도자료는 이러한 희망을 무시하는 내용이었다. 521명이 정규직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우리의 투쟁을 불법행위로 간주한 것이다. 이것은 정부에서 쟁의권을 주었던 상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거짓말. 이것을 보도자료로 내놓고 지금 협상을 하자고 하고 있는 이랜드를 도대체 우리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대화할 생각은 있는가?
조합원들의 핸드폰에는 계속 불법파업을 중지하기 바란다는 인사팀의 문자가 날아오고 있다. 그 문자를 보낸 곳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이런 식의 작전과 용역어깨투입, 고객을 가장하고 싸움걸기(우습게도 그 중에는 이 상암점 앞에서 경찰에게까지 위해를 입혀 공무집행방해로 잡혀간 사람도 있다)등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는 이랜드의 태도는 무엇인가. 이것은 우리가 더 투쟁해서 이랜드를 궁지로 몰아넣길 바란다는 응원가나 다름이 없다.
521명의 노예
521명의 직무급제 직원들은 정규직이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별도의 테이블 적용을 받고 계속 직무에 대한 평가라는 허울의 감시를 받으며 일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직원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시점에서 법적 증거도 댈 수 없는 부당한 평가를 받고는 내쫒길 수 있는 고용불안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이제 그들은 합법적으로 521명을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이다.
부당하게 대량해고를 한 사실이 없다는 부분은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렇다면 현재 뉴코아의 사태는 무엇인가. 문자로 힘들게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핸드폰에 찍어대던 인간들은 이랜드가 아니었나. 그리고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는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장기간 근무를 했을 경우 노사의 협의 하에 징계위원회를 열만한 정도의 위해가 없다면 해고할 수 없다는 그 단체협약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또 부당해고 승소판결을 받았던 동지들의 경우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뒤통수는 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결의는 이 이랜드측의 보도자료를 통해 더욱 굳어졌다는 사실을 이랜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의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협상에 임하자고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사태의 해결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식으로 끌어가겠다는 얄팍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절대로 사술들을 쓰는 작태의 의식들이 승리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뒤통수 치기식 술수들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우리의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
소식지 3호 내용
언제나 다시 시작이다.
새벽의 냉기는 건물 안에도 스며든다. 4-5시 경이면 찬 냉기가 찬 바닥 위로 서서히 내려온다. 이불과 돗자리, 박스만으로 막기엔 역부족이지만, 옆 조합원 동료의 온기로 버텨낸다. 그런 것이 벌서 일주일째. 물론 집에 교대로 다녀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불편함과 피로를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다. 이러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싸워야 할 이유가 있기에, 날마다 아침은 오고, 날마다 다시 시작이 온다.
국회의원들의 방문
어제는 권영길, 단병호, 노회찬 등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다녀갔고, 오늘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이 방문했다. 특히 신기남 의원과의 간담회와 질문은 그가 현재 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열기가 뜨거웠다. 방문한 국회의원 모두의 공통점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에 집중되어 있다. 그들은 모두 노동부장관을 지적했고, 현재는 이상수 노동부장관조차도 “이랜드가 하는 방식은 재고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라는 미약한 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들 그들의 말에서 단 하나의 희망이라도 찾기 위해서, 비정규악법이라는 법전의 벽을 어떤 방식으로 부수고 우리의 생존권과 미래를 지켜낼 수 있는지, 그들의 말에 오늘도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지지와 연대에 감사한다. 만약, 그들이 우리와 하룻밤을 보내는 열의를 보여주었다면, 훨씬 더 믿음을 줄 수 있겠다는 과분한 소원까지 가지면서.
연대, 그리고 연대
르네상스 호텔과 기륭전자에서 있을 집회에 우리는 연대의 뜻을 밝히러 나간다. 우리의 문제만큼이나 절박하게 뜻을 밝히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우리는 연대한다. 노동자의 힘은 연대이다. 언론들의 겉모습에 묶여진 불법파업과 강성의 모습이 힘이 아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실천하기 위해 나선다. 뙤약볕과 새벽의 찬 공기도,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우리는, 오늘도 다시 시작한다.
소식지 4호 내용
무성의, 불합리, 교섭결렬
6일 2시로 잡힌 교섭에서 우리가 요구했던 이랜드측 대표이사는 나오지 않았다. 모든 발언에 책임과 권한을 가질 수 있는 대표이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교섭의 향방은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우리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 세 가지, 해고자 복직, 대규모 인사이동 중지, 비정규직 계약해지-정규직 전환. 이것에 대해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애초에 임금 때문에 파업한 상황이고 정식교섭에나 들어가는 문제이므로 지금 파업과 계산대 점거를 중지한다면 하겠다.”
어떠한 보장도 담보도 없이 들이대는 이런 말에 그럼 임금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물었을 때 그들은 또 이렇게 말했다.
“임금인상은 없다. 동결이다.”
장난하는가?
중요한 현안의 무시, 노조에 대한 무시.
처음부터 힘이 없는 자들이라 무시했던 것일까. 이들은 경영보고회에서 내놓았던 그 흔한 대차대조표 하나 들고 오지 않으면서 임금에 대한 동결을 주장했다. 리뉴얼 공사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다면 공사비 내역이라도 들고 와서 이야기를 해야 할 판이었다. 법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줄 수 없는 서류였던 걸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납득을 할 수 있을만한 모습들을 보여줬어야만 했다. 그러나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현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실한 담보도 없이 중지만 요구한다. 이러려면 도대체 교섭은 왜 했던 것일까? 무엇을 위한 시간낭비인가? 아니면 더 큰 음모를 위한 시간끌기인가?
8일은 축제이다
1936년 GM의 모든 공장은 전기와 물이 끊기고 수없이 닥쳐오는 어떤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44일동안 공장을 점거하고 지켜냈다. 그렇게 해서 전미자동차노조를 인정하는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의 현재상황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7월 8일은 그 때의 전미자동차노조 만큼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날이며, 또한 앞으로 더 길어질 투쟁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지는 축제의 날이다. 흔들리지 않는 우리를 보고, 그들이 정말로 대화할 의지를 가지고서 우리의 앞에 나서게 될 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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