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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00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신영 기자 |
지난해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한국타이어에서 또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월2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아무개(50)는 이름도 생소한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고 3개월의 투병생활 끝에 생을 마쳤다. 한국타이어측은 “김씨는 유기용제 및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부서에서 일하지 않았다”면서 “또 근로자를 관리하는 관리직으로 김씨의 사인은 유기용제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 중독피해자 대책위원회(위원장 박응용)는 “타이어 자체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유기용제와 김씨 죽음의 개연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유기용제 대책위는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나설 때임을 시사하며 정부 각 부처에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과연 17대 이명박 정부가 유기용제 대책위의 애끓는 호소에 귀 기울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타이어 직원 또 사망
특발성 폐섬유증? 사인 놓고 사측-대책위 ‘옥신각신’
지난 7월12일 메일을 확인하던 기자의 눈을 번뜩이게 하는 메일이 하나 발송돼 있었다. 바로 ‘한국타이어 추가 사망 사태 관련 취재요청서’라는 제목의 메일. 망설일 틈 없이 해당 메일을 클릭했다.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유독물질 중독피해자 대책위원회(이하 유기용제 대책위)가 보낸 메일에는 지난 6월 또 한 명의 한국타이어 직원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난 6월2일 또 한 명의 직원 사망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5명의 직우너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타이어에서 또 한 명의 직원이 사망한 것은 지난 6월2일.
이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아무개(50)씨는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협력업체 도급직으로 근무해 오다 ‘폐’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유기용제 대책위와 한국타이어 유가족 공동대책위원회(대표 조호영·50)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대전의 한 병원에 입원,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고 3개월 동안 투명해 오다 사망했다.
김씨는 지난 2001년 4월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J사’에 입사, 금산공장에서 완제품 타이어를 입고하는 업무를 맡아 왔으며 지난해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간장질환 증세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올해 3월 갑작스럽게 ‘폐섬유증’이 발병,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 사망한 김씨 지난 3월 갑작스런 호흡곤란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 | |
‘J사’는 김씨의 사망과 관련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포벽에 결합하는 조직에서 콜라겐의 과도한 침착이 일어나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폐가 기능을 상실하고 점점 굳어가는 질환이다. 또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난치병으로 효과적인 치료법 또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이 5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타이어 사망자들의 사인이 유기용제 중독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해 온 유기용제 대책위는 김씨의 사망과 관련, 보도자료와 호소문을 배표하고 한국타이어측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기용제 대책위는 “이번 사망 사건은 그동안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유기용제 중독 사망사건을 우려스럽게 지켜보던 문제가 현실화 된 것”이라면서 이어 “추가 사망자가 발행 한 것은 2008년 7월 현재 한국타이어 현장 노동자 4500명 중 2000여명이 재검대상자로 분리됐고 유기용제 중독에 의한 집단 발병과 더 많은 집단사망으로 발전하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무서운 현실이 다시 한 번 확인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유기용제 대책위 엇갈리는 주장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발병원인을 찾을 수 없는 희귀질환으로 숨진 김씨는 솔벤트 등 유기용제를 다루는 공정에서 근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2001년 입사 이후 제조공정에서 일한 바 없으며 타이어 제작과 검사가 끝난 타이어 완제품에 라벨을 붙이고 납품처로 배송하는 물류업무를 보는 하청업체 ‘J’사의 현장 근로자를 관리하는 관리직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금산공장 내에서 근무했지만 사망직전까지 생산동에서 떨어진 사무실에서 분진이나 유기용제과 관련없이 근무해 왔다”고 말했다.
| 사측, 김씨 완제품 타이어 발송하는 물류부서 근무 유기용제 무관 | |
숨진 김씨는 솔벤트 등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정에서 일하지 않았고 그가 일한 곳은 분진발생률도 낮기 때문에 유기용제 대책위의 주장처럼 사망원인에 대한 직무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지난해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올해는 건강검진 기준을 대폭 강화해 재발 방지에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유기용제 대책위의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기용제 대책위는 지난 7월15일 한국타이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타이어 거짓 주장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한국타이어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했다.
유기용제 대책위는 보도자료 서두에 “한국타이어는 또 다시 거짓말을 읊조리며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과 유족시민사회를 조롱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지난 2월20일 유기용제 문제가 철저히 배제된 채 과로와 고열의 연관성만을 인정한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돼 억울하게 죽어간 집단 사망 영령들과 유족, 시민사회를 바보로 만들었음을 주장하며 이번에 숨진 김씨의 사인인 ‘특발성 폐섬유증’에 대해 발병원인이 없는 희귀질환이라고 규정하고 직무연관성을 부정한 한국타이어에 일침을 가했다.
유기용제 대책위에 따르면 폐섬유증은 중금속, 유기용제 등 유해한 환경의 노출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이다.
| 대책위측, “타이어 자체가 유해물질, 사망 한 달 지나도록 ‘쉬쉬’” | |
이어 유기용제 대책위는 “지난 2000년, 2007년 노동부 보고서에서 한국타이어 제조공정은 솔벤트, 납, 톨루엔 등의 유기용제 및 중금속을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음이 이미 밝혀졌다”면서 “매달 솔벤트(한솔 HV-250)을 사용량은 자그마치 금산공장은 8톤, 대전공장은 18톤이며 고무와의 혼합 비율이 7:3에 달한다. 이는 어마어마한 양이며 타이어 자체의 30%가 유기용제 덩어리”라고 주장했다.
이 대량의 유기용제는 호흡기와 피부를 통하여 고농도로 흡수되고 솔벤트, 납 등의 유기용제, 중금속 중독 유발질환은 
, 뇌출혈, 뇌병변 등의 중추신경계질환, 심근경색, 심장마비의 심장질환, 식도암,
, 위암 등의 위장관계 질환, 폐암, 규폐 등의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기용제 대책위는 “이 모든 질환과 증상들은 한국타이어에서 최근 죽어간 수십 명의 노동자들의 사인과 일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사망한 김씨의 경우에도 유기용제 및 중금속 중독과의 관련성을 의심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면밀히 조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서와 관련 유기용제와 관련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한 노동자의 처참한 죽음을 길바닥에 패대기치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또 사망한 김씨는 관리직이었기 때문에 유해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다는 한국타이어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타이어의 잔인성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지금까지 사망하거나 현재 역학조사를 받고 있는 노동자의 대부분이 반장, 과장 등 관리직을 맡고 있는 이유에서다. 유기용제 대책위는 “우리가 확보한 한국타이어 유기용제에 의한 사망자와 중증환자들 중에는 반장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반장 이상의 관리직일수록 작업자의 결원을 자주 메워야 하고 더욱 장시간 유기용제에 노출되는 등 격심한 직무 스트레스로 발병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 이명박 정부에
발송, 각 부처 명확한 답변 회피 절차타령 | |
마지막으로 유기용제 대책위는 사망자 김씨의 산재신청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핵심적 증거들을 은폐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을 위해 한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산재 신청을 한 것”이라면서 이는 “간악한 산재 은폐수단이자 자연사로 위장하기 위한 저열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유기용제 대책위는 억지 언론플레이를 벌이고 있다”고 맞받아 쳤다. 김씨의 경우 유기용제 대책위의 주장대로 유기용제에 노출되는 부서의 관리직이아니라 애초에 완제품을 배송하는 물류팀이기 때문에 유기용제에 노출 될 수 없고, 산재 신청의 경우 한국타이어에서 한 것이 아니라 김씨가 소속되어 있는 협력업체 ‘J사’에서 신청했기 때문에 한국타이어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
이어 “유기용제 대책위는 매번 한국타이어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유기용제와 연관시켜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지난해 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재발방지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후 꾸준히 유가족들과도 접촉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 재진정서 발송 반응은?
한편 유기용제 대책위는 지난 7월1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타이어 사태 심각성과 관련한 재진성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친인척 회사이자 사위의 회사인 한국타이어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는 취지였다.
유기용제 대책위는 이 진정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발송하고 한국타이어 집단연쇄사망사건과 관련해 유관기관의 ‘사태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죽음의 행렬이 왜 계속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한국타이어 사태 해결을 위한 진지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회는 국정감사에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노동부는 전현직 사원 건강검진 결과 및 재검자 명단 확보해 집중관리에 나서고 행정안전부는 정확한 사망자 명단을 확보할 것과 대전시는 지원과를 시급히 설치해 진상규명과 실태조사에 발벗고 나설것을 촉구한 것.
이와 더불어 각계 시민, 사회단체, 종교·언론계 등 사회 양심세력에 진정한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참여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대부분의 정부 부처는 확답을 피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접수가 있으면 검토하겠지만 언론을 통한 호소문만을 가지고 법무부에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면서 해당부서로 절차를 걸쳐 접수를 한다면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답변에 대한 난색을 표하며 “해당 부서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대전시 역시 “선행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 당장 대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지난달 사망한 김씨의 유족으로부터 산업재해 승인신청을 받은 근로복지공단의 의뢰로 김씨의 사망과 업무환경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개별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타이어 유가족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지난해 한국타이어 노동자집단 사망사건과 관련, 한국산업안전공단의 개별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3명의 사망자에 대해 직무연관성을 인정하고 산재를 승인했다”면서 이 중에는 “유기용제 등 유해물질과 무관한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최아무개(29) 연구원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취재 / 이보배 기자 bobae3831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