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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00여m 높이 타워크레인, 0.5평 안팎 비좁은 조종실, 하루 10시간(주 60시간) 이상 노동, 90% 이상 현장계약 비정규직, 복지수당도 없이 기본급 월 160만원, 매년 평균 3~4개월 주기적인 실업, 평균 13.3일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타워크레인 재해...
건설현장 50% 이상의 공정을 담당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노동현실이다. 초고층화 추세로 100여m 이상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안전장치 하나 없이 오르내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각종 척추질환, 신경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고공 강풍에, 육중한 인양물에 휘청거리는 타워크레인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조종사들은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한다. 수십미터 일직선 사다리 하나에 몸을 의지한다는 것은 십수년 경력의 조종사라 할지라도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혹한기 시린 손이 더 떨려오는 이유다. 지난 1월 22일 부산울산경남지부 한 조합원은 추락사로 인해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주5일제를 시행하는 시대라지만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법정 국공휴일 보장은커녕, 현장에 취업하려면, 회사에서 해고되지 않으려면 10시간 강제노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90% 이상 현장계약 비정규직인 조종사들은 한 현장을 마치고 한해 평균 3~4개월 주기적인 실업(대기상태)을 겪고 있다. 원청 건설사들과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은 현장취업을 미끼로 노노 갈등을 부추겨 근로조건을 하락시키는 한편,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백석근) 타워크레인분과(분과위원장 이수종)는 지난 3월 28일부터 사용자단체인 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측과 9차례 본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하루 2시간(토요일 6시간) 강제연장근무 폐지하고 하루 8시간(주 44시간) 노동과 위험수당 신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측은 원청건설사와의 임대계약과 현장관행 운운하며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사측은 임대계약과 현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협약 적용 유예기간을 두자는 노조의 제시안도 일축했다.
건설현장 노동자, ‘번호표’ 들고 죽음 기다린다
건설현장에서는 평균 13.3일에 한번 꼴로 타워크레인 재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타워크레인 재해에 조종사들은 물론, 현장 노동자, 현장부근 주민들까지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추락하고, 타워크레인 마스터(기둥)이 종이조각처럼 찢어져 전복되고, 유압이 터지고, 지브(상판)가 떨어져 내려앉고, 인양물이 떨어져 현장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건을 무수히 목격해야만 했다. 또 2003년 태풍 ‘매미’ 내습 당시 전국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56대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 현장 부근 차도를 덮치는 등 타워크레인 재해가 일반 시민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조는 2000년 설립 초기부터 타워크레인 건설기계로 등록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또 와이어 몇 가닥으로 타워크레인을 지탱하는 와이어지지 고정방식을 폐지하고 벽체지지 고정방식을 법제화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전문 신호수제 도입, 최대 작업풍속 하향조정 등을 정부에 제기했다.
그러나 관할 부처인 노동부는 노조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관리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고 발생 시 작업미숙, 부주의 운운하며 책임을 조종사에 전가하는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돼 건교부 주관 하에 체계적인 관리, 검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노동부는 그간 시행한 타워크레인 검수권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서,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정작 타워크레인 건설기계 등록을 담은 시행령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자칫 타워크레인 건설기계 등록이 물거품이 될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는 부분파업 및 준법투쟁을 벌인 지 10일째인 6월 4일 지부별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적으로 2,400여대로 추정되는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가운데 최소 65% 이상의 장비가 작동을 멈췄다.
전국 7개 지부, 1천700여 조합원은 대규모 건설현장 집회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대체기사투입 감시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지금 이 시각 공기 지연을 우려한 현장은 불법 대체근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며, 노동부는 여전히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사태의 추이가 어떻게 바뀔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사측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정부가 조속한 건설기계 등록 및 관리, 검사체계 일원화를 지연시킬 경우 노조로서는 총파업 투쟁수위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노조는 이번 총파업이 극단적인 사태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태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사측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2007년 6월 5일
전국건설노동조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