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주)피엘에이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임단협)이 난항이 거듭해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돌입, 4일로 7일차에 접어들었다. 임단협과 새 노조법 시행으로 부분파업 중인 전국금속노조 사업장 중 전면파업을 하는 흔치 않은 사업장이다.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피엘에이(PLA)지회와 사측은 4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4차 교섭까지 했지만 결국 의견접근에 실패했다. 타임오프제 시행에 따른 노조 전임자 수 문제는 교섭조차 못 했다. 노동위원회는 이미 조정 중지 명령을 내려 지회는 합법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전면파업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지회는 사측이 해외유전사업으로 발생한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린다고 주장했다. 관련해서 사측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임금동결에 임금체불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140여명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LCD 패널을 재생하는 일을 한다. 전량폐기, 매립되던 TFT-LCD 생산공정에서 발생된 불량제품을 재생시키는 일로, (주)피엘에이의 주 고객사는 엘지전자와 삼성전자 등이다.
노사는 올해도 여지없이 임단협 교섭을 했지만, 단협부분에서는 의견일치를 이룬 반면 임금부분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회는 급여, 상여금, 연차수당, 명절 및 하계휴가비, 총 4가지 항목의 ‘인상’을 주장했지만 사측은 동결 및 일부 인상을 주장했다. 이 역시 올해가 아닌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임금 삭감으로, 매년 노사가 의견접근 해 일정부분 임금인상을 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지회는 ‘임금 몇 푼 올리는 투쟁 아니다’고 전면파업의 의미를 전했다. 해외유전사업으로 인한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사측과 그동안 ‘무능한 경영’을 해왔던 경영진에 대해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주야맞교대를 하는 피엘에이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평균 117만원으로 주변 사업장과 비교해 봤을 때 높은 편이 아니다. 또한 지회는 사측이 조건 없이 교섭에 임할 것과 한 번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던 대표이사가 교섭에 나올 것, 임금인상과 생활임금 쟁취를 요구로 내걸고 있다.
김정훈 피엘에이 지회장은 “2010년 임단협 투쟁은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보장받는 전초전의 성격이 강하다. 회사는 시종일관 어렵다며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임원들의 연봉은 올리고, 노동자들은 임금동결 한단다.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 그 배경은 우리들이 열심히 일한 것을 가지고 유전사업으로 빼돌리며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노동자 고통전가는 다양하게 드러났다. 2010년 연차수당은 지급되지 않았고, 1년에 한 번씩 중간정산 하기로 했던 퇴직금 역시 차일피일 미루며 지급되지 않았다. 유아보조비 등도 지급되지 않은 상태이다. 지회는 지난 달 25일 1차로 연차수당 미지급분에 대한 체불임금 고소장을 대전지방노동청에 접수했다.
돈 대주는 껍데기 회사?애초 2000년 (주)엔토피아, 2002년 (주)케이엘테크로 출발한 회사는 현 최원유 대표이사로 바뀌며 2008년 2월 (주)피엘에이로 재출발했다. 현 경영진은 LCD 패널 재생사업에다 카자흐스탄 유전개발회사인 MGK를 통해 해외유전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8년 1월 8일 MGK의 지분 24%를 매입해 유전개발사업의 파트너로 참여했고, 이후 안정적인 유전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MGK 지분 2%를 추가로 매입하여 MGK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그러나 2005, 6년 흑자였던 회사는 2007년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2007년 기준으로 대폭 축소되고 해마다 줄어들며 2006년 기준으로 2009년 매출은 2/3가 줄어들었다.
 |
| (주)피엘에이 재무재표 중 |
지회가 전문기관에 요청한 (주)피엘에이 재무제표 분석에 따르면 매출은 줄고 새로운 사업(유전개발) 진출로 막대한 자본이 피엘에이에서 빠져나가고, 이자와 투자비용이 늘어났다. 2010~2009년 지분법 손실액 30억, 이자비용 36억, 2009~2008년 지분법 손실액 33억, 이자비용 57억, 2008~2007년 지분법 손실액 30억, 이자비용 36억을 기록했다. 전문기관은 “지분법 손실액은 유전투자 비용이다. 또한 2007년 신주인수권부(주식 인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회사채) 500억을 발행했는데, 사실상 부채로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결론은 피엘에이 자금이 유전사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회는 사측의 ‘무능경영’도 지적했다. 김정훈 지회장은 “삼성전자 쪽 5, 6라인 물량이 감소되어 지회에서 알아본 결과 동종업계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물량이 빠지고 있어, 노동자들은 고용의 위협을 느꼈다. 그러나 사측은 동종업계가 생겼다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수수방관 한 것이다.”고 전했다.
 |
| 전면파업으로 멈춰버린 공장 |
이처럼 적자폭이 심하고,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피엘에이 사측은 해외유전사업으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사측은 지난 달 18일 카자흐스탄에서 개발하고 있는 사크라마바스 광구에서 유효 오일층을 발견했다. 현재까지 사크라마바스 제3공(6-S)을 4236미터까지 시추, 물리검층과 코어(core)분석자료를 검토한 결과 유층의 두께가 100미터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시추했던 KT-I층의 제1,2공구(1-S, 3-S)의 60미터보다 좋은 결과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 17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됐다. 더불어 기존 LCD 패널 재생사업과 관련,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강화유리 재생사업에 착수한다며, 이와 관련해 내년에 80억원 가량의 추가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는 노동자와 무관한 일이었다. 김정훈 지회장은 “회사는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돈 대주는 껍데기 회사에 불과하다. 우리는 경영진의 생존만을 위한 회사 경영에 맞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