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작성자
파리평려회의
작성일
2021-06-02 01:24
조회
122

<유괴>



1. 2010년 3월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강정주민 5명과 만나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인공적' 관광명소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파하였다.

그 때 그는 "이탈리아 카프리섬에는 많은 건축물이 있는데 건축과 자연이 어울려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며 "하지만 아프리카에는 밀림과 자연만 있다. 그게 관광명소냐. 무식한 흑인만 뛰어다니는 곳"이라고 하여 흑인비하 및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제주소리, 2010, 3, 22 참조)



중앙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처럼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었을까? 해군기지는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산물이다.



2.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관함식 때 연설에서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인류를 꿈꾸게 한' 이의 하나로 언급했다. 왜 콜럼버스였을까?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래 150년 동안 1 억명에 달하던 원주민들이 300명으로 줄어들었다' 고 한다. 그는 '노예' 상인이었다. 오늘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콜럼버스의 날을 인정하지 않으며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 전역에서 콜럼버스 동상은 파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콜럼버스를 언급한 것은 2010년 김태영 국방장관이 강정마을을 바라본 바로 그 시각,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이다.



3. 제주도정 보도자료에 따르면 내일 5월 31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강정마을에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과정으로 인한 지난날의 과오를 사과하고 마을 상생 화합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그런데 식전 행사로 ‘아메리카 원주민과 영국 정착민들 사이의 갈등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줄거리 영상이 상영’된다. ‘본 행사의 상생 화합 퍼포먼스는 샌드아트 스토리 및 어린이 합창 등으로 이어진다. 포카혼타스 라니.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 그리고 가부장제적 시선에 의해 억압받고 이용된 원주민 여성의 삶을 강정에 무의식적으로 등치시킨 정부와 제주도 정치 관계자들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놀랍다. 그들 스스로는 영국 정착민이 되지 않았나. 이러한 차별적 유산이 갈등 화합의 예로 어린이들에게 인식되고 노래로 이어진다는 것은 또 한 번 섬뜩하다.



4. 오늘 강정마을회는 여러 현수막을 마을에 걸었다. 그 면면은 이러하다.



‘강정주민 여러분 갈등은 이제 그만!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강정청년회 회원 일동’

‘강정마을 문제는 우리 주민들이 알아서 한다. 그 누구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마라!!!’-강정마을회, 농민회, 청년회, 부녀회, 더조은일강정, 어촌계



‘도지사. 도의회.의장 사과와 더불어 공동체 회복과 상생 회합을 원한다-강정마을회, 농민회, 청년회, 부녀회, 더조은일강정, 어촌계



‘외부세력은 강정민심을 존중하라!! 우리 마을은 행복해지고 싶다!!!- 강정마을회, 농민회, 청년회, 부녀회, 더조은일강정, 어촌계



'강정공동체 회복의 걸림돌 외부세력들은 이제 그만 떠나라!-강정청년회 회원일동



슬프고 부끄럽게도 이 현수막을 단 주민들은 저항은 커녕 중앙정부와 군이라는 '외부 세력'이 자신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돈’만 주어지면 인식하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 슬프게도 제국은 우리 마음에 자라나고 있고 마을은 이미 유괴된 것일까?



사진: 포카혼타스의 유괴(위키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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