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주5일제 누가 만들었나? 실질적 주 4일제 투쟁을!

작성자
사회민주주의자
작성일
2022-02-01 18:57
조회
153

<논평> 주5일제 누가 만들었나? 실질적 주 4일제 투쟁을!




오는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 경쟁이 한창이다. 그 중에서 노동시간과 관련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주 4일,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 초기 주120시간을 말하기도 했던 윤석열 후보는 주52시간제 폐지, 2017년 대선에서 주 40시간(5일)을 공약했던 안철수 후보는 주52시간제를 반대하고 있다.



최근 심상정후보가 2003년 금속노조 사무처장 당시 중앙교섭에서 주 40시간(주5일)제 합의를 이끌어낸 점을 부각시키며 “주5일제 누가 한 줄 알아?”라고 묻는 동영상을 내보냈는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심상정 후보가 민주노동당 시절 국회에 진출한 게2004년이었으니 노동시간 단축 법 개정에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동기간 단축의 상징인 주5일(40시간)제를 만든 것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쟁취한 노동운동역사의 결과물이다. 그것도 수많은 노동열사들이 목숨 바쳐 싸운 덕택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겠지만 ‘나’만 또는 ‘우리’만 했다는 주장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설령 전체 투쟁에 함께 했다하더라도 오만한 일이다.



미국의 ‘자코뱅’ 창립자이자 편집자인 ‘바스카 선카라’는 <미국의 사회주의 선언>이라는 저서에서 “신은 7번째 날에 쉬었지만, 노동운동은 6일째 날에도 쉬도록 했다”고 썼다. 그는 “맑스는 하루 10시간 노동법안 같은 개혁을 ‘노동계급의 정치경제학’의 승리”라고 덧붙였다.



자본이 노동자에게 강제할 수 있는 하루 노동시간의 길이는 최고 24시간이다. 여기서부터 노동시간을 단축한 것은 자본가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그 결과 1800년대 중반 영국에서 하루 12시간 노동 상한을 강제하는 ‘공장입법’이 생겼다. 자본주의 체제의 노동착취를 통한 잉여가치생산과 이윤 극대화의 원천은 노동자의 노동량, 곧 노동시간이다.



노동절(메이데이)은 136년 전인 1886년 5월 1일 미국에서 벌어진 하루 8시간노동 쟁취 총파업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노조지도부는 자본가 정권에 의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우리나라는 1923년 최초로 열린 노동절 행사, 1925년 창당한 조선공산당의 과제, 1946년 전평 총파업 요구로 하루 8시간 노동시간제가 제기됐다. 이 땅에서 1세기 동안 진행되고 있는 논쟁이다.



한편 1960년대 군사정권의 원시적 이윤축적을 위한 개발독재 시기에는 어린 여성노동자(여공)들이 하루 16시간의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당해야 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총파업)의 의 성과로 민주노조가 만들어지고 임금인상이 이루어졌다. 드디어 1989년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됐다. 노동자 투쟁 없이 국회가 노동시간 단축법을 만들 리는 만무하다.



전노협, 업종회의(산별연맹 협의체), 현총련 등 그룹별 노조 연합, 지역노조 등의 투쟁을 거쳐 1995년 민주노총이 창립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주5일(40시간)제 쟁취 투쟁이 전개됐다. 산하 금속노조(초기엔 연맹)를 비롯한 16개 산별과 지역본부가 함께 했다. 결국 14년 후인 2003년 말 노동시간이 주40시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노사 합의로 12시간 연장 가능 특례 조항 등은 그대로 남아 실질노동시간이 단축된 것은 아니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던 현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대선 때 공약대로 연 1800시간 즉 주 30시간대 공약을 파기 한 뒤 느닷없이 ‘주52시간제’를 노동시간 단축이라며 1987년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러자 자본과 극우보수진영은 주52시간으로는 기업경영이 어렵다며 더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먼저 현재의 노동운동이 노동시간단축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기하고 투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정 노동시간은 단축되었지만 저임금 구조 속 장시간 노동이 강제되어 있고, 노동자 스스로 생계 또는 더 높은 임금소득을 위해 기꺼이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법·제도적 문제이다. <근로기준법> 자체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해 헌법(11조)의 평등권을 위반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자체도 모순된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동법 제50조(근로시간) ①항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항은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이 가능하고, 특례조항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제50조는 분명히 ‘없다’고 해놓고, 그 이하 조항에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엉터리 법체계다. 따라서 5인 미만 사업장 배제와 주 40시간을 넘어서는 노동시간을 허용하는 모든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 나아가 연간 2000시간(대선 공약은 1800시간대) 이하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기로 한 노사정 합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법정 노동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노동시간 상한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주 4일이든, 4.5일이든 초과수당이 더 늘어날지언정 실질 노동시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하면 노동자 건강과 삶의 질, 산재예방으로 노동자 생명과 안전과 경제적 손실 축소, 일자리 나누기와 실업자 감소 등 더 많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주 5일제 누가 만들었나?’는 논란을 보면서 법은 국회의원만이 만든다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일인가를 지적하고자 한다. 동시에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진영에도 한 마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금속노조 사무처장 한 사람만이 이런 법을 만들 수 있었겠는가? 대통령 후보답게 겸손할 일이다.



이제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가 나서서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조직된 노동자의 삶의 질과 실업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창출을 위해 주 40시간을 넘는 단체협약을 주 30시간대로 갱신하는 노사협상을 전개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주30시간대 노동시간을 주요 정책과제로 내걸고 법 개정투쟁과 함께 정치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2022.2.1.화.



배제된 사람들과 힘께 <평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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