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육감은 소신, 교사는 징계?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동참한 선생님들에게 학교장 주의・경고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순간 귀를 의심했다. 우리는 지난해 설동호 교육감이 충청권 4개 시・도 교육감 공동성명 등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사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교육감은 한입으로 두말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재주를 가진 기인(奇人)인가. 교육감은 분명히 답해야 한다. 교육감 당신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면 소신이고, 평교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면 징계 사유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감은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 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지식인이자 주민직선으로 뽑힌 교육계 수장으로서, 어찌 그런 치졸하고 낯부끄러운 두 얼굴을 보일 수 있는가?
교육감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자 대전시교육청은, ”교육부가 직무이행명령을 내려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서명을 통해 의사 표시를 한 것은 ‘집단행위 금지위반’에 해당하므로 행정처분은 문제될 게 없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1,2차 시국선언 참여자에 대한 형식적인 서면조사만 진행하였고 본인 확인, 동명이인 여부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번에 행정처분을 받은 교사들 중에는 서명 사실을 부인한 사람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으나, 감사관실은 모두 선언 참여자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전시교육청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역사 왜곡 시도에 박수를 친 셈이다.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집필자가 누군지조차 베일에 싸여 있다.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친일・독재 미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올해 개정된 초등 6학년 사회 교과서는 깜깜이 집필 국정교과서가 얼마나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위안부 관련 서술을 삭제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하며, 친일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5・16 군사쿠데타를 슬그머니 정당화시키는 한편, 박정희 유신독재를 미화하고 있다.
우리 역사교과서국정화폐기대전범시민운동본부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밝힌다.
첫째, 설동호 교육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즉각 취소하라.
둘째, 설동호 교육감은 양심과 소신을 버리고 치졸하고 부끄러운 해바라기 행태를 보인 데 대하여 대전 시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
셋째, 대전시교육감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다양하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우리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에 적극 동참하라.
2016년 5월 18일
역사교과서국정화폐기대전범시민운동본부
최한성(역사교과서국정화폐기대전범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이대식(대전민중의힘 상임대표), 지정배(전교조대전지부 지부장), 이순옥(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지부장), 이규봉(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상병(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조세종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영복(우리겨레하나되기대전충남운동본부 공동대표), 김성남(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 지역장), 성광진(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역사교과서국정화폐기대전범시민운동본부’는 ‘역사왜곡저지대전운동본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름을 바꾼 것이며, 지역의 67개 시민・사회・노동단체 및 정당 등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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