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1

작성자
사회민주주의자
작성일
2022-02-06 17:40
조회
148
군함도 1

한수산 (지은이)창비2016-05-18

책소개

일제강점기 하시마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의 문제를 다룬 한수산의 장편소설. 한수산은 1988년 일본에 체류하던 중 토오꾜오의 한 서점에서 오까 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한 뒤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가사끼에만 십여차례 방문하고 일본 전역을 비롯해 원폭 실험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까지 다녀왔으며,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 대하소설 <까마귀>를 펴내고, 작품을 보완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작가는 일본어판 <군함도(軍艦島)>(作品社 2009)를 출간할 무렵 한일 동시 출간으로 기획했던 전폭적인 수정작업을 2016년 초 마침내 완료했다.

2016년 5월 창비에서 출간되는 <군함도>는 전작을 대폭 수정하고 원고를 새로 추가해 3500매 분량으로 완성된 결정판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출신과 배경 등이 새롭게 설정되었고 원폭 투하의 배경과 실상을 전면 개고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추구했다.(40, 41장)

등장인물들의 고난은 자아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서사적 흐름이 자리잡으며 소설적 구성미와 완성도를 높였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미와 가독성을 끌어올렸다. 또한 눈물로 기다리는 조선여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남편을 찾아나서고 탄광사무소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는 서형, 불의에 맞선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는 금화 등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창조했다.

목차

군함도 1 007

책속에서

-p. 163

지금쯤 어디에 가 계실까요. 이 글을 읽으실 때면 이미 당신은 조선땅에 계시지 않겠지요. 몇자 적어서라도 이런 편지를 당신 짐 속에 넣어 보내는 것은 당신이 가 계시는 곳, 그 어딘가에 저의 작은 흔적이라도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ㅡp. 165

네 부탁이 아니더라도 네 생각... 더보기 - jjinyyeop_n

˝저쪽이 조선이다.˝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진홍빛으로 물들었던 바다가 잿빛으로 어두워진다. 섬을 둘러싸며 휘돌아간 방파제 위에 작은 점처럼 서서 두 사람은 오래오래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기 먼 어디쯤 조선이 있겠지. 조선, 명국은 입 속으로 가만히 불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바다 건너 어디에도 조선은 없다. 그건 우리가... 더보기 - 고도

그가 가고 나면 어찌 살 건가. 세월이 소금처럼 입에 씹히리라.

(70) - 고도

마치 발을 헛디디기나 하듯 마음이 지상에게로 넘어지던 날을 서형은 잊지 않고 있었다.

(73) - 고도

일찍이 나가사끼를 근거지로 활동하던 영국인 사업가 토머스 글로버가 있었다. 뿌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모델이 된 남자다. 1868년 그는 타까시마탄광의 공동경영에 참여, 일본 최초의 채탄터널, 배수펌프, 석탄을 실어올리는 권상기를 설치하는 등 근대적인 설비를 도입한다. 그러나 1873년 외국과의 합병기업이 금지되면서 타까시마탄광은 관영으로 돌아선다.

하시마 해저탄광의 비극적인 역사는 여기에서 싹이 튼다. 관영이 된 타까시마탄광은 나가사끼형무소의 죄수들을 노동력으로 이용했다. 감옥노동이라고 말해지는, 쇠사슬을 발목에 찬 죄수들에 의해 번성해간 타까시마탄광은 잔혹한 폭력이 일반화, 횡횅하게 된다.

미쯔비시가 타까시마탄광에 이어 1890년 11월 하시마탄광을 매수하면서 타까시마의 잔혹함은 하시마에도 이어졌다. 그 어두운 역사는 세월과 함께 하시마탄광의 전통이 되면서 이곳을 더할 수 없는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던 것이다. 가장 큰 갱도 출입구를 광부들이 지옥문이라고 부르게 된 까닭이다.

(129~130) 접기 - 고도

추천글

일제강점기 징용 문제는 위안부 문제와 함께 한국 근대사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어떤 목적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갔건 간에 징용에 끌려갔던 식민지 조선인들은 제국주의와 식민지라는 구조 하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인권을 유린당해야 했다. 그리고 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원자폭탄 투하로부터 고통받아야 했다. 1945년 이후 전개된 냉전의 상황은 그 피해자들이 오히려 숨죽이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던 자들은 도리어 그 장소를 문화유산으로 만들었고, 탐욕으로 일으킨 자신들의 전쟁과 동원을 정의의 전쟁으로 미화했다. 한수산의 『군함도』는 왜 그들의 행위가 범죄였는지, 그 범죄로 인해 식민지 조선인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역사학자라면 그려낼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을 소설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 『군함도』에서는 단순한 상상이 아닌, 직접 발로 뛰면서 고증한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 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나의 오래된 기억 속에 한수산은 유랑곡예단의 낭만적 애환을 그린 소설 『부초』의 작가로, 그리고 신군부 정권에 터무니없이 고문을 당한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직무태만에 지나지 않음을 이 소설이 확실하게 증명한다. 『군함도』는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눈에서 천불이 일게 하는 역작이며, 첫 착상부터 자료조사와 현장답사를 포함하여 ‘쓰고 지우기’에만 30년 가까운 세월의 공력이 투입된 대작이다. 원폭의 도시 나가사끼에서 멀지 않은 섬 하시마, ‘군함도’로 더 알려진 그 섬의 지하탄광에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 그들의 지옥 같은 삶과 안타까운 죽음, 불굴의 저항과 처절한 탈출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서사를 통해 우리는 70년 전의 고난의 역사가 오늘 우리 자신의 현실처럼 재현되고 있음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원폭투하의 처참한 현장 속에서 일본인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겪어야 했던 조선인의 운명을 일찍이 이처럼 실감 있게 묘사한 소설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 염무웅 (문학평론가, 영남대 명예교수)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6년 5월 18일자

줄거리

군함도: 어디에도 조선은 없다, 그건 우리가 잃어버린 나라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 군수기업 미쯔비시가 운영하던 하시마탄광에서 중국인 포로, 일본인 광부와 함께 절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조선인 징용공들이었다. 명국과 태복은 많은 조선인처럼 돈을 벌러 일본에 건너왔다가 광부 모집책에 속아 하시마로 끌려왔으나, 징용과 관(官)을 동원한 조직적인 강제 차출로 들어오는 조선인 광부들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새벽어둠 속에 시작되어 한밤의 어둠 속에서야 끝나는 노동, 형편없는 식사와 거친 잠자리, 미비한 안전시설… 바깥세상과 완전히 절연된 채 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한번 들어오면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섬, 잔혹한 폭력이 횡행하는 인권의 사각지대. 광부들은 해저 갱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옥문’이라고 부르게 된다.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았대서 일명 ‘군함도’라 불린 하시마(瑞島)는 당시 일본 내에서도 죽음 같은 노동으로 악명 높았다. 미쯔비시는 이 가혹한 노동 착취를 통해 캐낸 탄으로 철강을 생산했고 일제는 그것으로 포탄과 어뢰를 만들었다. 하시마에서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나가사끼는 도시 전체가 미쯔비시의 군수산업단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착취, 죽음, 사랑: 그 목소리에 눈물이 밴다

아침 6시에 시작되는 15시간 노동, 쉴 틈을 주지 않는 채탄 할당량, 열악한 작업환경… 사고는 끝이 없고 죽어나가는 사람 태반은 일본어 주의사항을 못 알아듣는 조선인 광부들이다. 땀과 탄가루가 범벅이 된 채 그들은 가스폭발로, 무너지는 갱목의 낙반사고로, 감시와 매질을 못 견딘 발작으로 끊임없이 죽고 다치는 동료들을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드물게 오는 고향 소식조차 제대로 전해주지 않는 형편 속에 지상은 어렵사리 춘천에서 날아온 득남 소식을 듣는다. 방값, 식대, 보험금, 갖은 명목으로 제하고 주는 월급이라곤 그나마 돈도 아닌 전표. 섬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전표를 푼푼이 모아 동료들은 지상의 득남을 다 함께 축하한다. 밀가루빵, 마른오징어에 부족한 술 한잔을 나누고 강원도 장타령 한 자락으로 흥을 돋우며 서럽고 쓰린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희망을 말하면서.

지상은 아들이 태어났다는데도 막막하기만 한 자신을 돌아보며 이렇게 벌레 같은 삶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마음을 굳히고 우석과 다시 탈출을 도모할 것을 꿈꾼다. 한편, 바닷가에서 바람을 쐬던 우석은 섬의 유곽에 있는 조선여자 금화를 마주친다. 모두 다 끌려온 처지. 천대받고 멸시당하며 갖은 고생을 다해온 금화는 우석의 굳은 심지를 알아보고, 자신을 온전히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그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강제노동과 착취에 지지 않으려 마음을 다지던 우석은 금화에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속내를 나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건 혼자서는 안 되는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은 무릎 꿇고 살아서는 안 돼. 그렇게 해서는 살 수도 없고. 그러니 싸워야 해. 싸워도 함께 싸워야 해.”(1권, 192면)

폭격, 폭격, 폭격: 조선인들은 주검에서까지 차별받았다

1945년 8월 9일 11시 2분, 나가사끼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땅 위의 건물과 사람이 남김없이 파괴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폭심지 2킬로미터 상공의 새들이 죽어서 떨어지고 물속의 물고기들도 죽어 떠올랐다. 폭심지 반경 1킬로미터 이내의 화강암은 석영이 끓어올라 표면에 기포가 생겼다. 상상하기 어려운 참상이 끝없이 이어졌다.

조선소에서 폭격을 맞은 지상도 충격에 날아올랐다 떨어졌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시내로 나간 그가 목격한 광경은 말로 다할 수 없이 끔찍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와 무너진 건물의 잔해, 엄청난 먼지 사이로 여기저기가 불타고 부러진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헤매고 다녔다. 눈앞이 바로 지옥이었다. 그늘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의 상처는 8월의 폭염 아래서 금세 곪아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의 파리떼가 상처에 들러붙었다. 쫓을 힘도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죽어갔다. 지상이 조선인인 걸 알아본 일본인 부상자들은 그를 위협해 쫓으려 한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에, 죽는 그 순간까지도 조선인은 차별받는다. “다친 몸으로 일본인들의 차별과 멸시 속에 버려진 조선인들은 거리에서, 부서진 건물더미 밑에서, 누군가의 집 처마 아래서, 다리 밑에서, 강가에서 죽어갔다. 마지막까지 시체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던 것도 조선인들이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다친 사람들을 들것에 싣고 병원으로 가다가도 ‘아이고!’ ‘어머니!’ ‘물 좀 주세요, 물!’ 하는 조선말 신음소리를 들으면 그들을 거리에 내버렸다.”(2권, 460면)

저자 및 역자소개

한수산 (지은이)

194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자랐다.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월의 끝」이 당선되고 1973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해빙기의 아침>이 입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부초> <유민> <푸른 수첩> <말 탄 자는 지나가다> <욕망의 거리> <군함도>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 현대문학상,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17년 가톨릭문학상, 2017년 경희문학상, 2017년 채만식문학상, 1991년 현대문학상, 1977년 오늘의작가상

최근작 : <식구 소음공해>,<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 총 68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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