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전지방법원에서는 10월30일 집단 해고된 비정규노동자들을 상대로
롯데쇼핑㈜이 제기한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리가 열렸다. 신청
내용을 요약하면 해고 노동자들이
롯데백화점 대전점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집회와 농성을
백화점 주변 200m 이내에서는 금지하라는 것이며, 심지어 1인시위 금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롯데백화점과 해고 노동자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롯데백화점을 비난하는 내용의 선전과 홍보도 금지시켜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주장하는 대로, 집단 해고된 노동자들은 롯데백화점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은 아니다. 이들은 롯데백화점의 시설관리 업무를 직접 수행해왔지만 엠서비스라는 용역회사에 고용된 롯데백화점의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 동기를 보면 롯데백화점의 관련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봉이 2000만원도 안 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노조 가입 계기는 임금 인상보다는 ‘원청의 부당한 업무지시’였다. 현행법상 하도급이 이뤄지면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 대한 업무지시를 현장대리인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에서는 원청의 직접 업무지시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외부업체에 도급을 주어야 할 업무조차도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며 머슴 부리듯 해왔던 것에 대한 불만이 노조 가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용역회사에 의해 해고 통보가 이루어지기 이전 백화점 주변에 ‘환경캠페인’을 한다는 명목으로 방어 집회 신고를 완료한 상태였다. 특히 노조 결성이 다른 백화점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롯데쇼핑이 현 사태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다.
원청이 하도급업체와의 관계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롯데쇼핑 관련 수십여곳에 대한 시설관리 용역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엠서비스의 입장은 더욱 종속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롯데쇼핑이 아무리 관련이 없다 주장한들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 주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롯데 쪽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영업에 방해가 되니 백화점 주변 200m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설령 롯데와의 법률적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집회·시위를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통해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는 시도는 굴지의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영업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10년간 롯데백화점에서 일한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생존권을 한번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
박종갑/ 민주노총 대전본부 비정규사업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