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대전지방 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저임금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임금협상을 벌이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인상해야 하고 정당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엄연섭 민주노총 대전본부장
“최근 경기지표가 호전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난해 워낙 안 좋았던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기저효과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최종 결정시한이 오는 29일로 다가온 가운데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년에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노동계는 '5180원'을, 재계는'4110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안을 오는 29일까지 의결해야 하는 만큼 남은 기간에 최저임금을 둘러싼 양측의 논리전개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재계, 동결이나 삭감해야
지난달 2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동결 요구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2010년 임금조정 기본방향'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처음 밝힌 이후 전체 경영계가 이를 공식 입장으로 채택한 셈이다. 우선 노동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을 인상할 여지가 없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경영계는 노동생산성만을 고려한다면 2011년에 적용될 적정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36.2% 삭감된 2624원이 적절하나 여러 여건을 고려해 동결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저임금 및 단순 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의 정책적 목표는 이미 달성했으며 오히려 적정 수준을 초과한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은 연평균 9% 이상 인상되는 바람에 최저임금의 주된 적용대상인 영세ㆍ중소기업들은 지급능력이 급격히 악화돼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게 사용자 측의 설명이다.
◆노동계, 26% 인상해야
노동계는 이 같은 사용자들의 주장이 ‘논할 가치도 없는 논리’라고 잘라 말한다.
특히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취지부터 사용자 측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수준 개선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지만 최저임금제는 전체 노동자 임금수준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3분의 1 수준을 맴돌고 있어 저임금 노동자 생계보장이란 법적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의 정액급여에 견줘 38.6%에 불과했고, 임금총액 대비로는 29.9%로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계속 정체 상태라는 점도 노동계가 경영계의 동결 주장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4%)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전체 노동자의 임금소득을 크기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소득 수준)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저임금노동자 비중 역시 27.6%로 가장 높다.민주노총 관계자는 "월드컵 16강으로 국민들이 고무돼 있는데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16개 나라에는 대한민국이 없다“며 ”국제노동기구(ILO)가 회원국 중 59곳을 대상으로 상대 평가한 최저임금 비율에서 우리나라는 48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인 시급 5180원(주 40시간 기준 월급 108만 2620원)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