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항쟁 이후 7~8월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다.
그 이듬해인 1988년에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돼 2000년부터는 전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헌법32조는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명시해 국가가 저임금 해소를 위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즉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서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할 것을 강제하는 제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국가 중 한국이 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9년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가운데 449만 명이 저임금 계층으로 2008년에 비해 4% 증가했고,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2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년 6월이면 노사와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다음해의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최저임금의 동결을 주장한다.
중소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솔로는 "이론적으로 최저임금은 저소득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에 위협이 되지만 이러한 현상을 증명할 실제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 이유로 "기업들이 임금 부담 증가분을 생산성 증대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한국은행 보고서에서도 ‘소득격차 확대가 경제.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장의 결실이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소득재분배 정책을 개선’할 것을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 동일직종 동일임금으로의 임금체계 전환’ 등을 제시한바 있다.
최저임금이 얼마이기에 사용자단체가 동결을 주장할까.
2010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4110원, 주40시간 기준 월 85만 8990원이다.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26%에 불과해 OECD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럼 어떤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을까.
편의점과 주유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서부터 대기업에 납품하는 부품공장 노동자, 그리고 매일 새벽마다 첫차를 타는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법정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임금이 인상되는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간 저임금노동자 14명이 직접 쓴 가계부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매달 34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70대 여성인 이들 저임금노동자들은 신문을 보고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것 외에 문화생활을 거의 못 하였고 외출이라고는 병원 나들이뿐이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달 20만 원 가량을 꾸며 빚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로빈곤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보장과 소득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중심의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하는 현재의 고용정책을 전환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과 여성노동자들에게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강요하는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2011년 최저임금에 대해 시급 5180원, 월 108만 2620원(주40시간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이다.
민주노총에서는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임투’라 부른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노동계만의 힘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각계각층의 관심과 연대가 있을 때만이 ‘최저임금 100만 원’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 6월이면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최저임금의 수준이 사회적 연대의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가 아닐까.
엄연섭(민주노총 대전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