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에 1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면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고 있고,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것이 OECD 경제력 12위를 자랑하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이다”
매년 4월을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로 규정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대전･충북･충남지역본부는 18일 오후 2시 30분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 앞에서 ‘근로복지공단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장과 간부들이 기업체의 고용 산재보험료를 줄여주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논란이 된 것과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의 산재 불승인 남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충청지역은 얼마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첫 산재 인정을 받은 김지숙 씨와 지난해 청주 매그나칩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김진기 씨 등 반도체 공장에서 건강권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대전의 한국타이어 공장에서도 2007년 노동자 15명이 잇단 돌연사로 사망하자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되었지만, 지난 1월 2심에서 사측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또한, 4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2008년 이천의 냉동창고 화재사고는 엉터리 준공공사, 안전교육 미실시, 조급한 공사강행 등이 원인이었지만, 사업주에게 부여 된 벌금은 불과 2천만원 이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 일산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일하던 노동자 4명이 질식사 한 사건이다. 당시 사망자 중에 대학등록금을 벌기위해 일했던 22살의 청년이 포함되어 있어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이 사건 역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마트 기계실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마트와 해당 지점은 각각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을 뿐이다.
이처럼, 한국이 기업에게 산재사망사고 관련으로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있지만 영국, 미국, 호주에서는 기업에 의한 실인행위에 준하는 처벌을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8년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같은 해 발생한 지반 조사업체노동자 한명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업주에게 6억 9천 4백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또한 2000년 발생한 철도 사고에 대해서도 철도회사 임직원등 6명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도 했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는 “4년을 싸웠다. 이제는 삼성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이 병이 직업병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은 대형로펌을 동원해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기관과 삼성의 관계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와 만나 자신은 절대 삼성과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 했던 노민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삼성SDI의 사외이사로 선임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국정조사에서는 삼성과 공단이 주고 받은 공문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분노했다.
이태식 민주노총대전본부장도 “노동자는 죽지않고 다치지 않고, 노동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산재공화국이 되어 가고 있다. 더 이상 우리의 건강권을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투쟁을 통해 지켜내야 한다” 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총연맹은 오는 28일 서울 종각에서 ‘2012년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시민추모 문화제’를 진행한다.
[기사출처 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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